하늘바라기의 '까미노 데 산티아고' - 프롤로그 바라기가 만난 world




2012년 6월 7일, 4년 반 동안의 기자생활을 마무리하고,
무작정 스페인 산티아고(Santiago)로 떠날 결정을 내렸다.
퇴사를 한다면 산티아고는 꼭 가보고 싶었다.
아니, '가야겠다(must go)'는 필연성(必然性)에 휩싸였다는 말이 맞을 거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그렇다.

왜?
하나, 스페인이 그냥 '완전' 좋고.
둘, 한국에서 머니깐. 누군가 나를 애타게 찾아도, 불러대도 고집스럽게 혼자만의 시간을 고집할 수 있고.
셋,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말하자면 결혼할 스페인 남자를 만나려고.
넷, 지난 날의 나를 돌아볼 수 있는 흔치 않는 시간을 마련하려 했다.


<'나'를 정의내릴 수 있는 스티커들을 모아 카드를 만들었다.
나란 사람, 나 역시 정의내리기 어려운 존재다>


지난 날의 나?

실제 그런지 몰라도 남들 보기에는 '모범생' 혹은 '바른생활' 이미지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사람.
숨 막힐 정도로 쉴틈없이 하루를 사는 '걱정스러운' 사람.
알고 보면 무진장 술을 좋아하고 특유 창법으로 노래 부르며 남을 괴롭히고,
커피와 아침식사 없이는 엄청난 히스테리를 부리는 사람.
착한 것 같지만 신경질도 잘 내고 말도 독하게 하며 감정기복이 어마어마하게 큰 사람.
'할아버지'라는 단어엔 유독 치명적인 사람.

운좋게도!
무슨 일이든 '끄적끄적' 거리면서 좋든 싫든 이래저래 적응도 잘하고 긍정적인 구석도 있다.
힘에 부쳐도 스스로 "으샤으샤~" 외쳐대며 신기하게 생존하는 사람. 때로는 기적을 만드는 재주도 있다.
혼자 만의 세상에 빠지다가도 누군가 옆에 있어주면 그저 미소 짓는 바보기도 하구나.
가만히 있어도 지인들의 사랑과 도움을 받는 복 넘치는 사람.
싫어하는 건 단칼에 날려버리면서도, 아끼는 건 무섭게 연(緣)을 끊지 못하는 사람.
친구가 있어도, 친구가 없어도 눈물 가득찬 사람.
'시작'이라는 단어에 도전정신 하나만은 투철한 겁 없는 사람.
선물이든 편지 든 작은 감동 하나로 마음이 사르르~ 무너지는 소녀같은 사람.
..............

생각해보니 나라는 사람, 그다지 나쁘지 않은 사람 같다.


<2012년 7월 5일, 집에서 열린 조촐한 생일파티>


그래도 나는 소망한다.
다시 나로 태어나게 해달라고. 그냥 달라지고는 싶으니깐.
간절한 마음으로 2012년 7월 까미노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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