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문명』: 이슬람에 한 발짝 다가가다 하늘바라기만의 room




원래 공부하려고 산 책이지, 재미 볼 작정으로 시작한 책은 아니었다. 제목만 봐도 지루하지 않나. 그런데 재밌다. 앞으로 펼쳐질 여행에 기대가 더해졌다. 한자어와 구어체 표현이 많지만, 내용만큼은 이해하기 쉽게 구성, 정리돼 있다. 그동안 '이슬람문명'을 쉽게 정리한 우리나라 서적을 만나기는 어려웠다. 이 책에서는 『이슬람문명』은 이슬람에 관해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할 부분들을 깔끔하게 짚어준다. 

이슬람(Al-Islam)은 아랍어로 '순종', '평화'를 뜻한다. 인간이 유일신 '알라'에게 절대적으로 순종해 몸과 마음의 진정한 평화에 도달할 수 있다는 종교적 의미를 포함한다. 이것이 이슬람의 종교적 신념으로 굳혀졌다.

흔히들 이슬람 하면 아랍이나 중동 지역만 떠올리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세계인구의 20%인 13억명이 무슬림. 전 세계 140여개 나라에 흩어져 있다. 무슬림의 수는 서남아시아(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 동남아시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브루나이), 중앙아시아(구소련에서 이탈한 6개국)와 중국, 북아프리카(이집트,수단,리비아,튀니지,알제리,모로코,모리타니), 서아시아의 비아랍국(터키,이란,아프가니스탄), 서아시아의 아랍국(사우디아라비아,팔레스타인,시리아,요르단,레바논,이라크,쿠웨이트,쿠웨이트,바레인,아랍에미레이트,오만,카타르,예맨) 순으로 많지만, 국가별로는 이슬람교가 국교가 아닌 인도네시아와 인도, 방글라데시와 나이지리아 순.

※ 무슬림: 이슬람을 신봉하는 사람들. 알라에게 절대 복종해야 하기 때문에 복종자라는 의미를 가졌다.  

그럼 '이슬람'이란 단순히 이슬람교를 말할까? 아니다. 

원래 이슬람이라는 말은 이슬람교에 대한 전칭이었다. 그러나 이슬람교를 바탕으로 한 복합문화체인 '이슬람문명'과 그 권역인 '이슬람문화권(이슬람세계)'이 형성되면서 이슬람문명 전반에 대한 법칭으로 됐다.

따라서 이슬람의 확산이란 이슬람교와 그를 바탕으로 한 이슬람문화의 지역적 전파를 말한다. 이런 부분은 다른 보편 종교와 다른 점이다. 불교나 기독교는 독자적으로 발전하긴 했지만 범지역적이고 독자적인 문명권을 형성하지 못했다. 기독교만 해도 교리나 지역을 달리하며 여러 개의 문명권으로 분리됐다.

또 이슬람은 단순한 신앙체계가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윤리 등 사회생활의 전반, 즉 문명의 여러 영역을 널리 포함하는 인간의 생존양식이며, 종교와 세속 쌍방을 포괄하는 '신앙과 실천의 체계'이다.

종교라고 하면 세속보다 내세를 더 강조하고 육체적인 면보다는 정신적인 면을 중시하지만, 이슬람은 내세와 현세를 똑같이 여기고 현세의 삶을 중시하면서 사회생활의 여러 분야에서 고유 이념의 원리, 제도,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또한 이슬람만이 보이는 특징이다.

지은이는 이슬람을 바라보는 편견도 강도 높게 지적한다. 이슬람과 무슬림을 놓고 섣불리 '전쟁'이나 '테러'와 연결지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 "한 손에는 코란, 한 손에는 검"이 바로 대표적인 예다. 이 말은 13세기 중엽 십자군이 이슬람 원정에서 최후의 패배를 당하던 시기에 활동한 이탈리아 스콜라 철학의 대부격인 신학자 토머스 아퀴나스(1225-74)가 처음 내뱉은 말이라고 한다. 이처럼 이슬람을 폭력의 종교로 바라보는 서구식 시각을 보면 이슬람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코란은 이슬람 경전인 『꾸르안』의 서구식 표기

이슬람교는 세계에서 가장 심하게 오해, 왜곡, 능멸당하는 종교다. 그래서 사견(邪見)도 적지 않다. 이슬람사회에 대한 정견을 세워나가려고 이슬람을 알아야 한다. 그 원인은 대체로 외연적. 피해의식에서 오는 배타성이나 시기 같은 외부세계의 비이성주의적 발상과 행태에 있다. 더군다나 이러한 발상과 행태의 진원지는 대부분 유럽과 유럽인이라는 사실.
이슬람교는 폭력의 종교로 비치고 있고, 급기야 이러한 폭력성이 이슬람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불행과 분쟁의 화근이 되고 있다는 연역 논리로 이어지고 있다. 중동을 세계의 화약고, 전쟁 다발지대로 간주하면서 그 근원을 종교갈등에서 찾으려는 것은 한낱 허사에 불과하다. 특히 2차 세계대전 후 냉전기류가 이곳을 강타하면서 화약고로 변모했다. 
그간 있던 중동전쟁을 자세히 들여다 봅면 그 주범은 정치(영토분쟁+지역패권다툼)이지 결코 종교가 아니다. 8년간의 이란-이라크전쟁을 놓고 일부는 이슬람교 내 종파적 분쟁이라고 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종교적으로 이란은 이슬람교 2대 종파 중 하나인 시아파에 속하지만 이라크도 인구의 과반수가 이 교파의 신봉자들이며, 그곳에는 시아파의 성지가 자리 잡고 있다. 이 두 이슬람 국가 사이에 전쟁을 일으킬 만한 종파적 갈등은 있을 수 없다.
 
이슬람은 고대 문명사에도 기여를 했다.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의 고대문명을 요람으로 해 태어난 이슬람문명은 아랍 전통문명과 고대 오리엔트문명, 그리스-로마 문명, 페르시아 문명 등 여러 외래문명이 융화해 이뤄진 새로운 문명으로 서로 다른 문명을 갈무리하고 있다. 무슬림들은 단지 여러 문명을 계승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시대적 요청에 맞게 한층 더 발전시켜 특유의 중세문화를 꽃피워 고대문명과 근대문명을 순리적으로 이어주었다. 이것이 바로 이슬람문명의 가장 큰 세계사적 공헌이다. 이슬람은 동서문명의 교류에도 특출한 이바지를 했다. 바로 헬레니즘문화 출현이 그것이다.

이 책은 이슬람의 '정교합일' 이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슬람이 출현 초기부터 종교와 정치를 구별하지 않았던 이유엔 역사적인 배경도 있지만 경전 『꾸르안』에서 '알라에 대한 복종'과 '현세 통치에 대한 복종'을 함께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조 무하마드의 언행록 『하디스』에서도 마찬가지.『꾸르안』과 『하디스』에는 종교뿐 아니라 정치나 사회 전반에 대한 원리들이 구구절절 나온다. 한마디로 종교적 명분과 정치적 명분이 항상 서로 돕고 보완하는 관계이며, 공동체 운영의 근본이념으로 기능을 했다는 설명. 물론 정치관은 시대 흐름 따라 달라지지만 '종교이자 국가'라는 일원론만은 아직 유지되고 있다.

"오, 믿는 자들이여, 알라께 복종하라. 그리고 알라의 사자(使者)와 너희들 가운데 권위를 지닌 자들에게 복종하라" (꾸르안 4:59)

더구나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전개되는 석유전쟁도 이슬람을 알아야 할 이유를 제시한다. 이슬람세계의 심장부인 중동에 원유 매장량은 세계 총 매장량의 3분의 2에 이른다. 이로 말미암아 이슬람세계의 중심부인 중동이 시종일관 서구열강의 세력 각축장이 되고 있다. 

외세로부터 그토록 뜯기고 빼앗기고 숱한 오해를 받고 있지만 이슬람문명은 1,400여 년이란 긴 세월 동안 꿋꿋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는 각종 민족·지역 분쟁을 바라볼 때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ㅁ 이 책은 저자가 쓴 그대로 출판됐나 본다. '쑤뉘파(정통파), 쉬아파(소수파)', '아라베스끄', '이딸리아'로 적힌 게 가끔 거슬리기는 한다. 마지막 쇄 발행일은 작년 3월이고, 출판사는 '창비(創批)'인데 오탈자도 많은 게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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